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에서 AI가 하는 일
AI 기반 약물 재창출의 주요 접근법과 성공 사례. 유전자 발현 매칭부터 지식 그래프까지 정리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10년, 비용은 수조 원이 든다. 성공률은 10% 미만이다. 이런 현실에서 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 즉 기존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약물이므로 개발 시간과 비용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 접근: 우연과 관찰
약물 재창출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례는 **실데나필(Viagra)**이다. 원래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었는데, 임상시험 중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견되면서 발기부전 치료제로 재탄생했다. 탈리도마이드도 악명 높은 기형 유발 사건 이후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로 부활했다.
하지만 우연에 의존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체계적인 약물 재창출을 위해 컴퓨터 기반 방법, 특히 AI가 적극 투입되고 있다.
AI 기반 약물 재창출의 접근법
1. 유전자 발현 시그니처 매칭
**Connectivity Map(CMap)**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다. 질병 상태의 유전자 발현 프로파일과 약물 처리 후의 발현 프로파일을 비교해서, 질병 시그니처를 "뒤집는" 약물을 찾는다. 단순한 상관관계 비교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딥러닝으로 비선형 패턴까지 학습하는 모델이 나오고 있다.
2. 네트워크 기반 접근
약물 타겟, 질병 유전자, PPI를 통합한 이종 네트워크(heterogeneous network)에서 **그래프 임베딩(graph embedding)**이나 GNN을 적용해 약물-질병 연결을 예측한다. 네트워크상에서 약물과 질병이 "가까운" 경우 재창출 후보로 제안한다.
3. 지식 그래프
약물, 단백질, 질병, 부작용, 경로 등 다양한 생물의학 엔티티를 지식 그래프로 구축하고, 링크 예측(link prediction) 알고리즘으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약물-질병 관계를 추론한다. Google의 연구진이 이 접근으로 COVID-19 치료 후보를 제안한 바 있다.
4. 멀티모달 학습
약물의 화학 구조, 타겟 정보, 부작용 프로파일, 유전자 발현 데이터 등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동시에 학습하는 멀티모달 딥러닝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단일 데이터 소스보다 예측 성능이 높고, 새로운 메커니즘적 인사이트도 제공할 수 있다.
성공 사례와 현실
COVID-19 팬데믹에서 **바리시티닙(baricitinib)**이 AI 기반 약물 재창출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BenevolentAI가 지식 그래프 분석을 통해 이 JAK 억제제가 바이러스 진입을 차단할 수 있다고 예측했고, 실제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확인되어 FDA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AI가 제안한 재창출 후보 중 실제로 임상까지 가는 비율은 아직 높지 않다. 컴퓨터 예측과 생물학적 현실 사이의 간극, 약동학(pharmacokinetics) 문제, 기존 특허 장벽 등이 걸림돌이다. AI는 후보를 빠르게 좁혀주는 도구이지, 마법의 해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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